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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PD수첩 취재진이라면?

검찰의 MBC에 대한 압수수색이 현실로 드러났다. 검찰은 오늘 8일 오전, 지난해 4월 29일에 방영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 대한 원본테이프를 확보하기 위해 MBC 본사로 들이닥쳤다.

4월 6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이것은 지난 6일 “지난해 MBC PD수첩의 광우병 위험 보도 방송 당일 대본 10여 곳이 실제 취재내용과 다르게 크게 수정되는 등 ‘왜곡된 흔적’이 드러남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조만간 원본 자료가 보관된 MBC를 압수수색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온 지 이틀 만의 일이다. 또한 지난 7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외교통상부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PD수첩에서 인간광우병(vCJD) 감염으로 ‘의심’됐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실제로는 위 절제 수술 후유증인 ‘베르니케 뇌병변’이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지 하루만이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이 검찰 관계자는 ‘로빈 빈슨(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의 인터뷰 번역본을 보면 현지에서 만난 MBC의 김보슬 PD에게 자신의 딸이 고도 비만으로 위 절제 수술을 받고 현기증·구토 등의 후유증을 앓아 왔다는 상황을 길게 설명했지만 이 부분은 방송에서 빠졌다’고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통한 중앙일보의 결론은 “수사팀은 e-메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인터뷰 번역본 등을 통해 빈슨이 위 절제 수술 뒤 후유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알고 있었지만 제작진은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고 사인을 CJD와 vCJD로 한정해 보도했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결국, 중앙일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PD수첩>의 제작진들이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 중 위 절제술로 인한 ‘베르니케 뇌병변’일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검찰과 조중동은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저널리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이쯤 되니 정말 궁금해진다.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PD수첩>의 보도는 적절했는지,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에 대해 어디서 어디까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취재를 해야 했고, 방송이 나간 이후의 진실보도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

<PD수첩>은 ‘베르니케 뇌병변’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확인해봐야 하는 것은 <PD수첩> 제작진들이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으로 베르니케 뇌병변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왜 이것을 보도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다. 그러나 <PD수첩>은 “취재 내용 중 ‘베르니케 뇌병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앙과 동아의 기사가 나간 6일 밤 반박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힌 것이다.

지난해 7월15일 방송된 MBC PD수첩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MBC


<PD수첩>은 반박자료에서 “검찰이 갖고 있을 인터뷰 원본 안에는 검찰이 발표했듯이, 아레사 빈슨 어머니가 ‘딸이 위 절제 수술로 인한 여러 가지 후유증을 겪었다’고 나와 있지만 ‘이로 인한 질병일 가능성 때문에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으며, 결국 의사로부터 MRI를 통한 인간 광우병일 가능성에 대해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나와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따라서 당시 PD수첩 제작진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베르니케 뇌병변일 가능성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PD수첩> 방영분에도 등장한 “사망원인, 인간광우병 아닐 수 있다”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위 절제 수술의 후유증인 ‘베르니케 뇌병변’이라고 밝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PD수첩 보도가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다. <PD수첩>이 이후 방송에서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방영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2’ 편의 끝에는 이러한 대화가 등장한다.

△송일준 PD : 그런데 지난번에 우리가 방송하면서 소개한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으로 사망한 고 아레사 빈슨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방송 후에 들어왔죠?
△오동훈PD : 예. 지난 5월 5일 미 농무부 레이먼드 차관은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다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래서 PD수첩도 미국의 질병통제센터에 문의했지만 아직까지 답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아레사씨 부모는 이런 사실을 자신들은 통보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이런 사실을 왜 자기들에게 알려주지 않는지 매우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공식 발표는 7월 초로 예정돼 있는데요, 그때 되면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일준PD : 최종결과는 기다려봐야 한다. 그런 얘기죠?
△오동훈PD : 예.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PD수첩>은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하고자 했고 그로써 진실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미 농무부 레이먼드 차관이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고자 미 질병통제센터(CDC)에 문의했지만 답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4월 7일 중앙일보 33면 기사


그러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6일 기사는 어떠한가. 따져보면 중앙과 동아가 진실을 확인해보고자 노력한 지점은 안타깝게도 ‘전혀’ 없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으로 시작된 보도는 검찰이 확인한 것도 아닌 ‘외교통상부에 의해서’ 그것도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일 뿐이다.

<PD수첩>은 이후 최종결과가 나오면 이 또한 PD수첩을 통해 보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PD수첩>에게 남은 것은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면 그 또한 진실하게 보도하는 일이다.

위 절제 수술이 진행됐다면 ‘베르니케 뇌병변’ 의심하는 게 맞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위 절제 수술이 진행됐다면 ‘베르니케 뇌병변’을 의심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이야기했다. 검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PD수첩>은 당시 아레사 빈슨이 위 절제 수술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PD수첩> 제작진들은 먼저 ‘베르니케 뇌병변’을 의심해야 옳았다. 그러나 <PD수첩>은 그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PD수첩>의 방송은 ‘문제 있음’이다.

그러나 <PD수첩>이 취재할 당시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으로 ‘베르니케 뇌병변’의 가능성이 배제됐다면?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위 절제 수술이 진행됐다면 ‘베르니케 뇌병변’을 의심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지만, PD수첩의 취재시점이 어디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미디어스

우석균 실장은 “PD수첩의 취재 당시 이미 위 절제 수술로 인한 후유증일 가능성을 두고 검사가 진행된 이후였고, 주치의로부터 어머니가 CJD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의 반박자료를 보더라도 취재 당시 이미 위 절제 수술의 후유증에 대한 검사는 끝났고, 인간광우병(vCJD)을 의심하고 있던 터라 ‘베르니케 뇌병변’일 가능성은 배제된 상황이었다. 당시의 상황에서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과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그 잣대로 <PD수첩>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모든 것이 충족된 상황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아마도 제작자들의 꿈이 아닐까? 만약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위 절제 수술로 인한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의심되던 상황에서 취재 및 보도됐다면, PD수첩은 그에 대한 가능성을 보도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그리고 ‘베르니케 뇌병변’이라는 확정된 진단이 나온 상황에서 취재가 된 것이라면 아마도 아레사 빈슨은 광우병 사례에서 빠지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PD수첩이 취재하고 보도할 당시 아레사 빈슨 사망원인의 가능성에서 이미 베르니케 뇌병변은 배제됐고 인간광우병이 의심되던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보도를 선택하겠나?

이런 상황 때문에 사후보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저널리즘에 대한 평가는 결과를 놓고 보기보다는 끝까지 진실을 보도하고자 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세를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보도에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잣대로 이번 PD수첩을 바라보면 검찰수사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렇다면 <PD수첩>에게 ‘저널리즘’이란 ‘칼’을 들이대며 공격하는 조중동의 저널리즘으로는 어떨까? 오늘 중앙과 동아는 <PD수첩>의 반박자료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었다. 조선일보 역시 MBC 압수수색의 가능성을 보도하며 검찰수사의 중요성은 강조했지만,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언론인의 의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저널리즘, 아마도 조중동에게 저널리즘의 길은 참으로 멀고 힘든 고난의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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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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