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고장난 라디오] 건군 60주년 군사퍼레이드를 반대한다
이용석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webmaster@mediaus.co.kr
서울시내 한복판 테헤란로에 탱크가 나타났다. 탱크뿐만 아니라 장갑차와 미사일과 군인들이 득시글거린다. 북한군이 아니다. 합법적인(?) 군대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자위대도 아니다. 평택주민들 다 쫓아내고 이사 간 미군도 아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상황은 실제상황이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탱크와 장갑차를 끌고 행진하는 것은 바로 한국군이다. 전쟁이 일어났냐고? 천만의 말씀. 사람들의 삶은 고되지만, 전쟁은 먼나라 이야기인 이곳은 한국땅이다. 건군 60주년을 자랑하는 국방부의 국군의 날 맞이 군사퍼레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공휴일이 아닌 국군의 날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군사퍼레이드는 아직 국군의 날 행사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군은 미군정기 필요에 따라 신설되었던 기관에 각각의 연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서로 기념일을 다르게 정했지만, 1956년 국무회의를 통해 10월 1일(1950년 10월 1일, 한국전쟁 당시 동부전선에서 육군 제3사단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이다)을 국군의 날로 지정하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건군 제60주년 기념사업단(단장 김진훈 중장)’을 따로 만들어 "선진강군 국민과 함께 미래로, 세계로"라는 기치로 잠실종합운동장과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성시경, 김종민, 공유, 하하, 양동근 등 연예인 사병들까지 총출동시켜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받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뭐니뭐니해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역삼역까지 약 3km를 행진하는 5년 만에 돌아온 군사퍼레이드가 아닐까 싶다. 국방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계획을 보면 ‘K1A1 전차와 K-532 장갑차, K-9 자주포 등 우리 군의 첨단 무기 20여 종 80여 대가 선을 보일 예정이며, 아직 실전배치 되지 않은 한국형 차기 전차(일명 흑표)와 장갑차(K21) 등 최신 무기가 일반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테헤란로를 가득 채운 거대한 대량살상무기들은 과연 우리의 삶을 평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평화를 위해 무기를 사들이고 개발하는 노력을 다른 부분으로 돌린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또 하나 한국의 자랑 K-2전차(일명 흑표전차)는 어떠한가. 아직 실전배치가 되지 않은, 이번 퍼레이드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인 K-2전차는 2003년부터 정식 개발되어 2011년부터 개시될 예정으로, 현대 로템에서 개발하였다. 이미 기존의 전차로도 북한군의 전력을 능가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혈세낭비라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실제로 국방개혁2020에 따르면 총 680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개발비 2000억원을 포함하여 총 예산 5조 6440억원이 들어가는 막대한 사업이다. 이 돈이면 기초생활수급자 140만명에게 매달 30만원씩을 1년 동안 지급할 수 있다. 필요이상의 소비로 흑표전차를 개발하는 것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 어떤 것이 우리 사회를 평화롭게 하는 일인지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또한 현대 로템은 2007년 4억달러를 받고 터키에 기술이전 방식으로 수출을 했다. 야산이 많은 한반도의 지형에 맞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한국과 지형이 비슷한 터키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K-2전차를 쿠르드인 탄압에 투입하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수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퍼레이드에 나오는 무수히 많은 무기들을 다 언급할 수는 없다. 평균적으로 정부예산의 15%를 차지하며, 해마다 6~11%까지 치솟아 2007년에는 무려 24조에 다다른 국방비(그 중 약 37% 정도가 무기획득에 관련된 비용)가 다른 부분에서 사용된다면 어떨까. ‘무기를 통한 평화’를 위한 인적·재정적 노력을 사회복지, 교육, 의료, 문화 등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부분으로 조금만 돌린다면 우리의 삶은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이고 실질적인 평화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구체적이고 물질적이고 육중한 무기들은 오히려 현실에선 전쟁을 대변하고 평화를 상상과 미래의 영역으로 넘겨버리지만, 평화를 위한 다양한 상상력은 현실에서 다양한 층위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와 공공도서관과 돈 없어도 다닐 수 있는 학교, 아프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이런 것들은 심지어 무기에 들어가는 노력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
무기가 우리의 평화를 지켜준다는 신화를 넘어서기 위하여, 무기로 돈을 벌어야 하는 야만의 자본주의와 국익 이데올로기를 넘어서기 위하여,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살상무기들의 화려한 행진을 우리는 반대해야 한다. 고추잠자리의 꼬리에서 단풍의 잎사귀로 계절의 흔적이 옮겨지는 가을,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해야 할 눈부시게 푸르른 날, 어쩌다가 그 가을의 한가운데 국군의 날이 위치하여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을 죽이고 지구를 파괴하는 능력밖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인간이 만든 가장 최악의 발명품. 누구를 위하여 무기는 존재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