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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karma of the cinema] 조이씨네 편집장
서정환 조이씨네 편집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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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극장가에서 에로영화의 열풍은 대단했다. 1982년 <애마부인>을 필두로 한 '축산물에로'와 <산딸기> <빨간앵두>를 필두로 한 '청과물에로'가 에로물의 양축을 이루며 억눌려있던 성애를 본격적으로 갈구할 때, 1970년대를 풍미했던 호스티스물의 (무언가 결정적인 장면이 진행될만하면 컷이 돼버리곤 했던) 아쉬움 따위는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였다.

전두환 정권의 '스크린, 스포츠, 섹스'라는 이른바 '3S'정책으로 인해 성적 묘사에 관한 검열이 다소 느슨해졌고, 통행금지가 해제되어 심야상영이 가능해졌으며, 소니에서 출시한 베타 비디오가 퍼지며 포르노가 보급되어졌던 시기. 즉, 정치적으로 억눌렸던 분출구를 성에서 찾을 수 있었던 시기에, 바로 안소영의 풍만한 가슴을 앞세운 <애마부인>의 기록적인 흥행성공이 있었던 것이다.

허나 정부의 장려에 힘입어 제작된 축산물 시리즈는 물론이고 청과물 시리즈와 남발하는 그 아류작들이 공멸하고 있을 때, 1985년 선보인 <어우동>은 서울에서 39만2천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어우동>의 성공에 힘입어 에로물의 대세는 '사극에로'로 넘어가는데, 1986년에는 <내시> <뽕> <변강쇠> 등 지금도 한국 에로영화를 언급할 때면 빠지지 않는 영화들이 선을 보이게 된다.

1988년 올림픽 기간에도 기세가 등등했던 <매춘>과 <파리애마>를 끝으로 할리우드 직배에 밀려 한국 에로영화는 비디오물로 그 입지가 강등되기 시작했다. 비록 <젖소부인 바람났네> <미소녀 자유학원> 등의 대박시리즈를 터트리며 2000년대 초반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긴 했으나, 불법 다운로드를 가능케 한 인터넷의 발달은 비디오 시장을 고사시키며 그 명맥마저 끊기게 만들고 말았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 등의 영화가 포르노그래피를 앞세워 논란을 일으켰고, 봉만대라는 스타 에로영화 감독이 탄생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한국 에로영화는 케이블TV의 성인채널에서나 방영되는 삼류 음란물로 치부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듯 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되지 못하는 하수상한 시절에, <가루지기>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1988년, 고우영 화백이 연출했고, '원조' 변강쇠 이대근이 주연을 맡았던 <가루지기>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것에서 느낄 수 있듯, 80년대 중, 후반을 풍미했던 사극에로의 현대적 재해석을 기대케 함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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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루지기' 스틸컷

  
모든 사극에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극에로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을 빗대어 당시의 사회상을 성을 통해 풍자하는 통쾌함, 또 하나는 B급 영화를 연상시키는 과장됐지만 키치적인 상상과 발칙한 표현력이 야기하는 유쾌함이다. 특히나 실전(失傳) 판소리 일곱 마당 가운데 유일하게 신재효에 의해 판소리 사설로 정착된 작품인 '변강쇠가'를 영화화한 엄종선 감독의 <변강쇠> 시리즈, 고우영 감독의 <가루지기>는 이러한 사극에로의 장점을 가장 보편적으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음란한 성에 대한 경계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하층유랑민의 비극적 생활상이 광대들의 자술적 전기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는 원작의 장점을 의식했는지, 2008년산 <가루지기>는 아낙네들의 흥겨운 군무가 어울린 판소리와 합창에 난타까지 곁들이며 신명나는 광대의 이미지로 주변 인물들을 배치했다. 힘(精力)으로 대변되는 남성성의 상징 '변강쇠'에 전사(前事)를 입혔고, '옹녀'를 '웅녀'로 치환하여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을 가미했으며, 기존의 '과부촌'과 달리 마을에 남자들이 있음에도 음기가 강한 마을로 설정하며 남녀의 역학관계를 뒤집는 등 차별화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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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루지기' 스틸컷


허나 이런 재해석의 노력은 에로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에로티시즘의 부재로 인해 덧없게 느껴진다. <변강쇠>가 한국을 대표하는 사극에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가 전통 해학극과 에로티시즘을 대중적으로 결합시켰기 때문임을 망각한 것은 신한솔 감독의 가장 큰 실수였다. 게다가 B급 영화로서 <가루지기>의 매력 또한 전무하다. <변강쇠> <가루지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등 과거 에로영화는 물론, 양영순의 만화 '누들누드'의 에피소드를 패러디한 것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가루지기>의 한계다.

영화 제목부터 헤드카피까지 노골적으로 과거 사극에로의 제목을 차용하며 향수를 자극하고 기대치를 높였던 <가루지기>는 그토록 고대했던 영화였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일찍 등장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B급스런 재기발랄함으로 무장한 웃음과 에로티시즘의 향연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게 될 기회는 <가루지기>의 등장으로 인해 점점 더 멀어져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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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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