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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김훤주 지역에서 본 세상] 국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kimgija@naver.com 
 
 
광우병 쇠고기 파동의 와중에서도 이 문제만은 꼭 좀 짚고 넘어가야 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말 괴롭히기 말이다.

나는 그가 후보 시절이던 2007년 6월 6일,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썼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웃고 넘겼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실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처럼 글로 먹고 사는 기자들이나, 심지어 국어학자들도 종종 그런 실수는 한다. 신문사에 교열기자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쇄된 신문에서 띄어쓰기 잘못이나 오타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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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이외수씨는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의 현충일 국립현충원 방명록 글을 보고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을 직접 교정해 그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가 대통령 취임식 날 역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며 선진 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라고 썼을 때도 그랬다.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사람의 습관이란 것은 참 무섭구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그가 고 박경리 선생을 조문하면서 방명록에 쓴 글을 보고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단순한 실수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아들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 그는 "이나라 강산을 사랑 하시는 문학의 큰별 께서 고히 잠드소서"라고 썼다. 띄어야 할 '이 나라'와 '큰 별'을 붙여쓴 거라든지, 붙여써야 할 '사랑하시는'과 '별께서'를 띄어쓴 것까지는 또 봐주자. '고이'를 '고히'라고 쓴 것도 실수로 치자. 그러나 '큰별께서 잠드소서'라니, 국어의 기본인 주어-술어 관계조차 잘 모르는 게 틀림없다. 또 이미 돌아가신 분에게 현재시제인 '사랑하시는'이라 쓴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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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이 고 박경리 선생 빈소 방명록에 남긴 글


  과거 자료를 더 찾아보니 과연 그의 국어실력은 심각했다.

"3.15 정신으로 이땅에 진정한 민주화와 국가번영을 이루어지기 기원합니다." (2007년 3월 23일 마산 국립3.15민주묘지 방명록)에서는 '-을'이라는 조사를 잘못 썼다. '국가번영을 이루겠습니다'라든가, '국가번영이 이루어지기 기원합니다'가 되어야 한다. 주어와 목적어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충무공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후손들에게 늘 깊게 전해주리라 믿습니다." (2007년 4월 4일 충남 아산 현충사 방명록). 여기선 충무공에게 드리는 말인지, 아산 현충사 관리소장에게 하는 말인지 대상이 없어 이상한 말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누가' 전해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반드시 경제살리고, 사회통합 이루어 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살려서, 크게 보답하겠읍니다." (2007년 10월 22일 광주국립 5.18 민주묘지 방명록). 이 글은 '반드시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을 이루어 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보답하겠습니다.' 정도로 고쳐써야 한다. 역시 조사를 잘못 쓴 이상한 말이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과 조사를 바로 쓰는 것은 우리말의 기본이다. 내가 다른 나라 말은 잘 모르지만 세계의 모든 언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걸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언어장애라 할 수 있다. (나는 국어를 이렇게 모르는 그가 영어라고 제대로 할까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한갓 필부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어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면, 국어를 소중하게 여기고 배워야 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국어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도 되는데 뭘.' 이렇게 생각할까 두렵다.

따라서 대통령이 우리말을 이런 식으로 막 쓰는 건 단순히 그의 실수이거나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말을 괴롭히고 업신여기는 것이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대통령이 심히 부끄럽다. 앞으로는 어딜 가더라도 방명록 같은 건 제발 남기지 말기 바란다. 그게 우리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고 박경리 선생은 원고지 한 장을 쓰기 위해 열 장을 고쳐 썼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이 그의 방명록 글을 봤다면 '고히' 잠들지 못할 일이요, 이미 잠들어 계시던 세종대왕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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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진주에서 일어난 한 시국사건이 전국 언론에 의해 완벽하게 왜곡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을 계기로 지역신문 기자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진주신문>과 <경남매일>을 거쳐 6200명의 시민주주가 만든 <경남도민일보>에서 자치행정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현대사와 언론개혁에 관심이 많아 <토호세력의 뿌리>(2005, 도서출판 불휘)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2007, 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책을 썼다. 지금의 꿈은 당장 데스크 자리를 벗고 현장기자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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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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